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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V/시타마치]달콤한 거짓말

미르엔님께 리퀘스트로 받은 '유리에게 달콤한 걸 만들어주는 프렌' 입니다.

시타마치에 재버닝하고 있습니다. '유리에게 달콤한 걸 만들어주는 프렌' 으로 리퀘를 받았습니다. 리퀘주신 미르엔님과 함께 썰로 풀던 현대 AU 설정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유리는 경찰인 나이렌 씨 댁에 입양되어 멍뭉이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프렌에게는 아직 부모님이 계시고 옆집에서 함께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레시피는 https://cookpad.com/recipe/4596064 를 참조했습니다. 찾다보니 배고프네요. 저도 저거 만들어먹어야지…



"엄마, 달콤한 건 어떻게 만들어요?"

갑작스런 아들의 말에 시포 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치원 수업이니?"

"으응. 아니. 유리 꺼…"

아이는 부끄러운지 잠깐 몸을 배배 꼬았다. 토실토실한 뺨에 발갛게 홍조가 올라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아이는 누가 듣지는 않는지 주변을 두어 번 둘러보는가 싶더니 쪼르르 다가와 제 어머니의 귀에 대고 작게 귓속말을 했다.

"있지, 유리, 전에 나한테 케이크 만들어 줬으니까. 그러니까. 보은? 보답? 응, 고맙습니다 하려고."

아아, 그건가. 시포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 둘이서 페드록 씨 댁에서 놀았을 때 유리가 뭔가 만들어 줬다고 프렌이  굉장히 기뻐했더랬다. 하지만 아들아, 그 때 먹었던 건 케이크가 아니라 핫케이크가 아니었니. 핫이 빠져있구나. 뭐, 핫케이크라고 해도 여섯 살 어린애가 혼자서 만들기는 어려우니 굉장하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지만. 조만간 페드록 가의 부엌 사정을 좀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며 시포 부인은 어린 아들에게 미소지었다.

"응, 그랬었지. 굉장하구나. 유리는 달콤한 걸 좋아하니까, 그걸로 고맙습니다 하려고 그러는 거지?"

"응! 유리한테 달콤한 거 만들어서 줄 거예요!"

야단났다. 흥분해서 꺅꺅대는 아들을 끌어안아 무릎에 앉히며 시포 부인은 생각했다. ―야단났다.

페드록 씨 댁의 유리는 가사 전반에 능통한데다 요리를 좋아해 지금보다 훨씬 어릴 적부터 부엌일에 조금씩 손대와서 지금은 가사도우미가 오지 않는 날에도 자신의 끼니는 챙길 수 있을 정도라거나, 6살 어린아이를 부엌에 세우다니 어쩌면 자신은 부모로서 모자란 게 아닐까 하는 게 요새 페드록 씨의 은밀한 고민이라거나, 그 집 애는 그 집 애고 설탕과 소금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네게 요리는 아직 이르다거나 하는 사정을 대체 이 아기 천사(옵션: 한번 정하면 절대로 물러나지 않는 좋게 말해 임전무퇴 나쁘게 말해 똥고집 정신을 지녔음)에게 어떻게 말하면 이해시킬 수 있을까. 

"프, 프렌. 유리가 좋아하는 거라면 엄마가 만들어줄까? 유리, 엄마가 만든 케이크 좋아하잖니. 안 그래?"

"으응, 안 돼! 유리도 직접 만들어줬는걸! 나도 똑같이 안 하면 안 공평한걸!"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고 시포 부인이 해본 제안은 결사의 도리도리에 저지당했다. 아직은 정성이라는 말에 끌릴 나이인 것이다. 초보자의 정성이 담뿍 들어간 암흑물질보다는 제대로 된 기성품이 낫다는 진리를 아이는 아직 몰랐다. …이 아이의 성격으로 보면 영영 모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어머, 그렇구나. 프렌은 참 착하네. 품에 안긴 아이에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시포 부인은 대참사를 막기 위한 방법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이의 안전과 부엌의 평화, 그리고 생전 요리라고는 안 해본 아이가 만들 '선물'을 받을 옆집 아이의 위장을 위해서. 

*****

"오늘 만들 요리는 바나나 케이크랍니다."

"엄마, 엄마."

"응? 무슨 일이니. 프렌?"

불만스러운 듯 자신의 앞치마 깃을 당기는 자그마한 아들을 보며 시포 부인은 활짝 웃었다. 바늘로 찔러도 절대 안 들어갈 것 같이 완벽한 미소였다. 그녀의 여섯 살바기 아들이 이 미소를 그대로 이어받아 때때로 제 소꿉친구를 상대로 쓰곤 한다는 건 본편과는 상관없는 여담이다.   

"나, 혼자 만든다고 했는걸. 엄마."

아이는 그 뒤엣말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러니 자신이 혼자 만들도록 부엌을 비우라고 요구하고 있는 거였다. 이 작은 천사는. 시포 부인은 재차 방긋 웃었다. 

"하지만, 프렌. 달콤한 걸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잖니? 페드록 씨네 부엌이랑은 다르게 전부 높은 데 있고."

"……"

"걱정 말렴. 엄마는 오늘 옆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설명만 하고 프렌이 실수할 것 같으면 말해주기만 할 거란다. 그럼 제대로 '프렌이 만드는'게 되잖아?"

"으음……"

아이는 한동안 팔짱을 낀 채 작게 신음했다. 똑바른 자세를 좋아하는 프렌답지 않은 포즈다. 어쩐지 그 모습에 옆집 아이가 겹쳐 보였다. 팔짱을 끼는 포즈가 마음에 들었구나, 프렌. 시포 부인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는 데에서 자식이 성장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프렌은 한참을 우응 우응 신음한 끝에 큰 마음을 먹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껍질을 벗긴 바나나를 한 개, 포크로 뭉갭니다."

한동안 부엌 안에 포크가 달각대는 소리만이 울렸다. 바나나를 뭉갤 뿐인 간단한 일임에도 아이는 어디까지고 진지해, 그 모습을 보고 웃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아졌다. 

"그럼, 뭉갠 바나나에 계란 두 개와 그래뉴 당 약간, 그리고 박력분을 섞습니다. ―가루는 여기 있는 컵에 표시된 만큼만 넣으면 된단다. 숫자, 보이지?"

"응. 그런데 엄마, 그래뉴 당은 뭐예요?"

"음―설탕의 친척 같은 거라고 하면 될까? 빨간 뚜껑 달린 병에 있는 하얀 가루를 쓰면 된단다."

"응!"

아이는 날듯이 가볍게 부엌 안쪽으로 달려갔다. …괜찮을까. 괜찮겠지. 재료를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정도는 이전에도 몇 번 해 보았으니까. 사실은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쪽이 안전했겠지만, 프렌의 기준에는 그래서야 '자신이 만든 것'이 안 될 터였다. 시포 부인은 양념통들을 달그락대는 작은 뒷모습을 보며 내일은 꼭 양념통에 이름표를 붙여놓으리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럼, 거기에 우유를 섞고, 저기 있는 하얀 그릇에 전부 옮긴 다음에 그 위에 남은 바나나 하나를 얇게 썰어 올립니다. ―칼은 잡을 때 조심해야 한단다."

어머니의 걱정도 무색하게, 프렌이 과도를 다루는 손길은 처음으로 칼을 잡아보는 사람답지 않게 능숙해 보였다. 어라, 혹시 이 아이, 굉장히 요리에 재능 있지 않아? 하고 저도 모르게 생각해버리고 말 정도로. 시포 부인이 멍하니 프렌의 칼솜씨에 놀라고 있는 사이, 프렌은 순식간에 바나나 썰기를 마치고 반짝이는 눈으로 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으, 응. 그럼. 이 반죽을 저기 있는 토스터에 가져가서 굽자꾸나. 5분을 3번 누르렴."

기계음이 부엌을 낮게 기었다. 아이는 그제야 안심한 듯 식탁 의자에 앉아 호오, 하고 한숨을 쉬었다. 

"요리하는 건 어렵네. 재미있지만 굉장히 어려워요."

"처음은 원래 다 그런 거란다."

"그런 걸까…그럼 유리도 처음에는 어려웠을까요?"

어째서 여기에서 옆집 아이의 이름이 나오는 걸까. 시포 부인이 의아하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자, 프렌은 부끄러웠는지 볼을 붉히며 식탁에 얼굴을 묻었다.

"그, 유리가 척척 요리해내는 거, 어른 같아서 멋있었으니까……"

어머나. 어머나. 시포 부인은 수줍어하는 아이를 보며 작게 웃었다. 솔직하고 착하기는 하지만, 남들에게 크게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아이의 색다른 면을 많이 보게 되는 날인 듯 했다. 프렌은 자신의 어머니가 내어 온 우유를 마시면서도 힐끔힐끔 토스터기 안쪽을 곁눈질했고, 긴 듯 짧은 15분은 그렇게 유리가 유치원에서 어쨌느니, 그 집에서 먹었던 토스트가 굉장히 맛있었다느니 등의 하릴없는 이야기와 함께 지나갔다. 


*****


"……프렌네 아줌마."

꾹꾹. 등 뒤에서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시포 부인이 걸음을 멈추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의 일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거기에는 유리 페드록이 있었다. 드물게도 그녀의 아들과 떨어져 혼자서, 아이는  약간 부루퉁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정말 화가 난 게 아니란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건만, 볼 때마다 조금씩 헷갈리고 마는 것은 어째서일까. 시포 부인은 방긋 웃으며 아들의 친우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무슨 일이니, 유리?"

"―찬장."

"응?"

"찬장, 설탕이랑 소금 바뀌었을 테니까."

"……응?"

일순, 불길하기 그지없는 예감이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불길한 예감이 확신이 되어 그녀를 움직이기도 전에, 아이는 그대로 뒤로 돌아 골목길 저편으로 뛰어가 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 아, 유리다. 어디 갔었어? 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골목에 울려퍼진 건 덤이다. 멀리서도 바로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아들의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다. 

"갑자기 뛰어가길래 놀랐잖아. 무슨 일이야, 유리?"

"딱히, 아무 것도 아냐. 오늘은 우리 집에 가기로 했었지? 전에 나한테 만들어 준 그거, 이번엔 내가 만들어줄 테니까."

"응. 유리 그거 마음에 들어했었지? 나, 엄마한테 만드는 법 들어서 기억하고 있으니까!"

"……저번엔 내가 다 먹었으니까 이번엔 너도 먹게 해줄게."

"응! 기대할게!"

까르륵 까르륵. 구슬이 구르듯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두 아이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시포 부인은 두 아이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두 손으로 얼굴을 폭 가렸다. 유리 군, 거짓말이 능숙하구나. 좋은 남자가 되겠어. …아니면 정말로 나쁜 남자가 되거나. 아줌마가 한 25년만 젊었어도 반해버렸을지도 몰라. 현재진행형으로 25년 젊은 우리 아들네미는 이미 푹 빠져버린 것 같고 말야. 이미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일단 집에 돌아가면 바로 양념통에 전부 라벨을 붙이도록 하자. 굳게 다짐하는 시포 부인이었다.



어린아이가 부엌 등 위험한 물건이 있는 장소에 갈 때에는 반드시 감독자가 함께 하도록 합시다…대체 몇 살까지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어 어중간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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